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길 책소개 책추천 북리뷰 서평 독후감 알쓸신잡

책소개
2010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컨설턴트』로 등단하고, 2018년 젊은작가상, 2019년 SF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작가 임성순이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 3개월간의 유럽 여행에 관한 기록.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프랑스 노르망디까지 오토바이로 12개국 1만 1,000킬로미터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이 시작된다.
발췌문
P. 11
“나라고 할 것 없는 텅 빈 나날이었지만 그조차 큰 문제로 여겨지진 않았습니다. 삶에는 각자의 방식이 있고, 답은 정해진 게 아니니까요. 아마 피하지 못할 결말인 고독사 하게 될 그날까지 별일 없이 이렇게 계속 글만 쓰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주 기꺼이 말이죠.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별 문제 없다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이 말이죠. 그게 어째서 문제냐고요?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저를 집에서 쫓아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말이죠.” 접기
P. 73
“라이브 중간에 광석이 형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 오토바이 여행에 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마흔 살이 넘으면 아마도 할리데이비슨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를 사서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그 생각이 떠오르자 ‘아아, 이건 밀린 숙제 같은 거구나’ 싶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했던 여행 방식에 비로소 수긍하게 됐죠. 그러자 목표가 분명해졌습니다. ‘눈이 와서 길이 막히기 전에 알프스 넘기.’ 이제 곧 시월, 알프스에 눈이 내리면 제가 달리려는 간선도로나 옛길은 모두 통제됩니다. 유럽은 아직 따뜻하지만 좋지 않은 조짐이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 머물러 있던 찬 공기가 저의 남하에 맞춰 따라 내려오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오늘 비를 세 차례나 맞은 겁니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습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말이죠.” 접기
P. 281
“저는 오토바이를 몰고 고타드 옛길로 들어갔습니다. 첫눈과 서리를 맞아 하얗게 빛나는 길바닥의 돌들은 마치 흰 성벽 같았고, 그런 하얀색 길이 청록색의 차가운 호수를 끼고 고지로 쭉 이어져 있었습니다. 돌과 눈으로 이뤄진 고지를 둘러싼 봉우리들은 차갑고 선명하게 빛났고,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조금쯤 슬펐습니다. 어떤 경외심이 이내 제 안으로 흘러들어 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세상이 실존하며, 내가 살아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를 압도하는 그 명징한 아름다움 앞에 저는 그저 넋 놓고 달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흔히 ‘숭고미’라 부르는 그런 종류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이었겠죠.” 접기
저자소개
2010년 장편소설 『컨설턴트』로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환영의 방주』, 장편소설『문근영은 위험해』, 『극해』,『자기 개발의 정석』, 『우로보르스』, 산문집『잉여롭게 쓸데없게』등이 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2018년 젊은작가상, 2019년 SF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다. 대학 시절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의 영향으로 연출부 생활을 하며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고, 영화「담보」, 「공조2」에서 각본을 담당했으며, 현재도 영화,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독특한 상상력과 능숙한 스토리텔링, 새로운 소재와 주제로 매 작품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접기
수상 : 2010년 세계문학상
최근작 :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서울리뷰오브북스 9호> … 총 26종 (모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