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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아픈 여자들 책소개 책추천 북리뷰 서평 독후감 알쓸신잡

짭잡 2024. 1. 14. 12:44

 

일하다 아픈 여자들 책소개 책추천 북리뷰 서평 독후감 알쓸신잡 시작합니다.

 

 책소개

젠더 불평등이 실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산업재해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은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보기로 결심하고 19명의 노동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불어 고용노동부 발행 자료와 근로복지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은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이 책에는 그렇게 만난 여성 노동자, 장애여성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 산재 피해자 가족이 솔직하게 꺼내 놓은 이야기와 통계 자료 분석이 담겨 있다. 생생한 이야기와 통계 분석을 통해 글쓴이들이 확인한 산재에서의 젠더 불평등은 예상을 넘어선다. 객관적 수치가 드러내는 불평등은 물론이거니와, 여성 노동자의 산재는 아픈 몸이라는 자책과 쓸모없는 노동력이라는 사회의 낙인으로 구성되고 있었다. 이는 신청-요양-복귀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산재 처리 과정에 더욱 섬세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산재 제도 접근 자체에 대한 어려움, 산재 요양 시의 어려움과 복귀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책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에 여성의 산재가 더 많이 승인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글쓴이들이 여성의 산재를 이야기하는 목적은 일하다 다친 몸, 자본주의에서 쓸 만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몸이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따라서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대안은 여성의 몸만이 아니라, ‘표준이 아닌 모든 몸’을 위한 제언이 된다.

 발췌문

"모든 몸을 위한 일터"

여성의 고통을 말하면 어느 한 쪽에서는 무조건 반사처럼 남성의 고통이 더 크다거나 여성의 고통은 거짓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런 사회가 되었다. <일하다 아픈 여자들>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일군의 집단이 아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자의 고통을 없애는 대부분의 사회적 해결책이 결과적으로 모든 이에게 이로운 것과 같이, 일하는 여성의 고통을 없앨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가 일하는 남성의 고통에 관심 없을 리 없다. 노동자의 몸들 간 차이에 관심 기울이는 작업장이 인간을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곳일 것이다.

책은 내내 그 지점을 강조한다. 비장애인 남성의 몸과 정신을 표준 노동자로 삼는 대부분의 일터에서 몸에 맞지 않는 규격의 안전 장비로 인해 더 다친 여성들을, 과도한 기준의 업무량을 소화하려다가 몸이 망가진 여성들을, 여초 직군에 부여되는 비정상적 압력을 감당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책은 자본주의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과도한 조건들을 따져 묻는다. 젊고 건강하고 빠른 남성 노동자만이 노동자로 승인받을 때, 대부분의 우리들은 다치거나 죽거나 이 악물고 참아내는 현실을 살아가게 된다.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선 모든 몸을 위한 일터가 필요하다.

P. 12
형틀목수 심경희 씨에게 일은 “자부심”이다. 주위에서 다들 “여성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라고 묻는데, 사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 같은 자리에 앉아 관리자의 감시 속에서 매일 12시간씩 핸드폰에 스티커를 붙이던 때가 더 힘들었다. 지금 일은 그때보다 자율성이 높고 임금도 높다. 그는 자기와 비슷하게 전자 제품 조립이나 식당 일 등 “닥치는 대로” 하며 “여기서 일주일 일하고 저기서 일주일 일하고 매일 잘리”던 여동생을 형틀목수의 길로 이끌었다. 경희 씨는 현재 눈을 다쳐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몸이 회복되면 다시 현장에 나갈 생각이다.
“나는 이 일이 나한테 자부심이에요. (…) 내 적성에 맞고 (…)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 내가 원해서 하는 작업이고 일을 계속하면 할수록 이 일은 배우는 게 많아요. (…) 저는 이 일이 너무 좋아요.  접기
P. 54
장애인은 학교, 더 넓게 교육이라는 문턱을 넘기 어렵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장애인에게는 그 속도가 다르다. 2021년 기준 장애인의 교육 수준은 중졸 이하가 56.4%로 가장 높고, 고졸 29.3%, 대졸 이상 14.3%이다. 반면 전체 인구의 교육 수준은 대졸 이상이 39.7%로 가장 높고, 고졸 37.5%, 중졸 이하 22.8%로 장애인이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성별 차이 또한 두드러지는데, 장애여성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만 진학했거나 이조차 다니지 못했다. 고등학교 이상 진학률은 장애남성은 55.6%이지만 장애여성은 29.7%에 불과하다.  접기
P. 77~78
재선 씨가 최근 정착한 일터는 이전까지의 직장과 매우 다르게 다가왔다. 바로 ‘모두를 위한 화장실’ 때문이다. 자신을 남성과 여성이라는 특정 성별에 가두지 않고 정체화한 성소수자, 휠체어를 타고 접근해야 하는 장애인, 아이를 동반한 사람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안정감과 소속감뿐만 아니라 건강권과 노동권까지 보장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문제는 이런 공간이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간은 물리적인 의미만 갖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다. 노동을 수행하는 공간인 일터는 생산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통제의 수단, 지배와 권력의 수단이 된다.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따른 공간 분할은 성소수자를 어렵지 않게 바깥으로 밀어낸다.  접기
P. 175
(인석 씨와 화정 씨처럼 ‘노동자’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위치로 옮겨감에 따라 간병과 돌봄의 책임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화된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책임의 개인화는 돌봄의 공백을 마주하게 만들며 때로는 그 공백을 정당화한다. 저평가된 돌봄 노동은 불안정한 돌봄 노동자의 처우와 맞물려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를 위한 이동 수단의 보장은 예산 문제로 항상 뒷순위로 밀린다.  접기
P. 275~276
여성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과정은 여전히 힘들다. 여성이 집중된 돌봄, 서비스, 상담 등의 직종에서 나타나는 노동안전 문제를 거론하는 것,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질병들에 대해 건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마치 남성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일인 양 취급되고 있다. 노동자의 성별을 거론하며 건강권을 보장하라고 나서는 것은 성별 간 대치를 유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접기
P. 278
자본주의 사회는 오로지 노동자가 최대한의 이윤을 낼 수 있는 몸일 때 그 가치를 인정하고 대가를 지급한다. 우리가 여성의 산재를 이야기하는 목적은 일하다 다친 몸, 자본주의에서 쓸 만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몸이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저자소개

이나래 (지은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노동하는 다양한 몸들의 경험에 주목하고, 일터와 삶을 아우르는 건강권에 다가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작 : <일하다 아픈 여자들>

조건희 (지은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일터와 삶의 통제권을 노동자가 지닐 방법을 고민하며 활동하고 있다.
최근작 : <일하다 아픈 여자들>

류한소 (지은이) 

사회학 연구자. 일하고, 다치고, 늙고, 쇠약해지는 몸과 마음에 대해 공부 중이다. 《일하다 마음을 다치다》(공저), 《일그러진 몸》(공역)을 함께 쓰고 옮겼다.
최근작 : <일하다 아픈 여자들> … 총 2종 (모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