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알쓸신잡 단순 생활자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짭잡 2023. 10. 29. 01:00

 

 도서의 책소개

전 세계 20개 이상 국가에 판권을 수출하고 2022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사랑스러운 사람들 사이에 피어나는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로 많은 독자에게 감동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황보름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단순하고 평화로운 세계에 관해 들려주며 명랑하고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단순 생활자』에는 오랫동안 고대하던 독립을 하고, 얼마 후 퇴사를 하고, 다시 전업작가로 돌아온 황보름 작가가 지난 1년간 다름 아닌 ‘자신’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스스로를 건사해나가는 삶의 모습이 고루 담겼다. 큰 자극 없이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는 잠시 편안하게 숨을 고르고 안도하게 된다.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행복은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으며. 깊고 느리게 쉬는 숨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변해갈까. 불필요한 것들은 걷어내고 오롯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들로 명랑하고 안온하게 내 세계를 채우며 삶을 단순하게 다듬어가는 황보름 작가의 이야기를, 혼자 무언가를 하고 그 성취를 맛보는 데에서 달콤한 의미를 찾는 사람, 함께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노는 게 더 재미있어 열심히 혼자 있으려는 사람, 나만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소소하면서도 커다란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책에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이야기와 황보름 작가의 글 쓰고 읽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늘 거기 있어주어 고마운 독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다정히 함께.

 

 단순 생활의 저자소개

황보름 (지은이) 


서른 초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책을 내기도 전에 전업작가 생활로 뛰어들어 작가처럼 살았다. 작가처럼 살다 보니 정말 작가가 되었다. 주로 읽고 썼으며, 자주 걸었다. 혼자서 누구보다 잘 노는 사람으로, 단순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평온함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에세이 『매일 읽겠습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와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있다. 2021년 출간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종합 베스트셀러가 되어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20개 이상 국가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책속의 발췌문

 


단순한 생활이 좋은 건,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깃든 생활이라서다. 내 삶과 동떨어진 것들이 아닌, 내 몸과 마음에 밀착된 매일의 일과에 의미를 부여하며 시간을 쓰는 생활. 이런 생활을 보내다 어느 날 뚜렷이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한 만족감. 나는 이런 만족감을 느끼며 살고 싶었고, 지난 1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면 된 것 아닐까. 누군가가 멈춰서 눈여겨볼 일상은 아니지만, 나의 에너지와 몸과 마음이 서로 호응하며 만들어낸 일상은 오롯이 나의 일상이었다. _‘에필로그’ 중에서 
내게 휴식은 비어 있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비어 있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건, 시간 속에 나만 들어가 있는 걸 말한다. 시간 안으로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한다. 사회적 시선, 압박,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말들. 지치지 않고 찾아오는 불안, 걱정, 두려움도.
시간이 공이라면 그 안에 나만 존재하는 것이다. 공 안에 들어가 있을 땐 나와 관계 맺은 이들이 아무도 없다는 감각도 필요했다.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떨어져나와 가벼워진 몸과 마음이 되어본다. 나는 혼자이고, 나는 자유롭다고 감각해본다. 단 한 시간이라도, 단 하루라도 가벼운 상태가 되는 것. 이 상태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나면 기분 좋은 일을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찾은 휴식이었다. _‘잘 쉬고 있다는 대답’ 중에서 
걷기 하면 떠오르는 구도, 순례의 이미지도 나를 걷는 삶으로 이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이 잘 사는 삶인지 알고 싶다는 바람이 한 걸음, 한 걸음이 된다. 걷다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내가 찾고 있는 것이 실은 내 안에 있어서 그것이 걷기를 통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 물론 호수 공원 한 바퀴의 걷기가 나를 대단한 깨달음으로 데려가주지는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매일의 걷기가 적어도 내가 무엇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지는 잊지 않게 해준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건, 오늘보다 나아진 내일의 나. _‘그날의 산책’ 중에서 
요리를 직접 해 먹으려는 이유는, 내 일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요리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지금껏 매일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사람의 인생이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단 소리를 들은 적 없다. 내가 듣고 본 이야기 속에서, 요리는 보통 뿔뿔이 흩어졌던 하루의 조각조각을 이어 붙이는 용도로, 삶을 재건하는 용도로 쓰이곤 했다. 도마에 파를 올려놓고 어슷썰기를 한다는 건 나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끝까지 망가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나에겐 있다. _‘나를 위한 요리’ 중에서  
혼자 살고 싶다는 건 좀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는 뜻이다. 9시면 잘 준비를 하는 부모와 산다는 건 밤에 편의점에 가는 것도 하나의 사건이 된다는 말이다. 현관 중문을 여는 순간, 놀란 엄마가 뛰어나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왜, 너 어디 가? 무슨 일 있어? 나는 그저 영화를 보다가 맥주 생각이 간절해졌을 뿐이고, 귀찮음을 이겨내며 사러 나가려던 것뿐이건만. (…)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어디 넣을 데도 없는 건전지 운운하며 집을 나선다. 이런 마흔의 삶. 그 누구도 꿈에 그리지 않던 삶일 것이다. 그래서 난, 수많은 자식이 그러듯, 독립을 꿈꿨다. 밤에 영화를 보다가 맥주가 당길 때 편의점에 가는 일이 누군가의 걱정을 사는 일이 되지 않기 위해. _‘독립의 즐거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