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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치백 책소개 알쓸신잡

짭잡 2023. 12. 4. 01:31

 

 책소개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지난 7월 19일에 열린 제169회 아쿠타가와상 시상식.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답게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시상식장으로 몰려들었고, 수상자가 무대에 오르자 평소와 다른 풍경에 기자들은 홀린 듯 플래시를 터트렸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기자들 앞에 선 수상자. 바로, 이치카와 사오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중증 장애인 작가가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최초이며 이 역사적 사건이 『헌치백』을 뜨거운 감자로 만든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화제의 크기를 본격적으로 키운 요소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수상작의 파격적인 줄거리와 작품성이다.

『헌치백』은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가 남성 간병인에게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라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심사위원 일부가 난색을 표할 만큼 위악적인 상상력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작품이다. 이렇듯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이지만, 9명의 심사위원 모두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헌치백』을 만장일치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발췌문

P. 27~28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
내 휘어진 몸속에서 태아는 제대로 크지도 못할 텐데.
출산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육아도 어렵다.
하지만 아마도 임신과 중절까지라면 보통 사람처럼 가능할 것이다. 생식기능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그래서 임신과 중절은 해보고 싶다.
평범한 여자 사람처럼 아... 
P. 37~38
나는 종이책을 증오한다. ‘눈이 보이고, 책을 들 수 있고, 책장을 넘길 수 있고, 독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서점에 자유롭게 사러 다닐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다섯 가지의 건강성을 요구하는 독서 문화의 마치스모를 증오한다. 그 특권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른바 ‘서책 애호가’들의 무지한 오만함을 증오한다.
P. 60
1996년에는 마침내 장애인도 아이를 낳는 측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법이 정해졌지만, 생식 기술의 발전과 생활 필수품화에 따라 장애인 살해는 결국 수많은 커플에게 캐주얼한 것이 되었다. 머지않아 비용도 저렴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죽이기 위해 잉태하려고 하는 장애인이 있어도 괜찮은 거 아닌가?
그걸로 겨... 더보기
P. 61
책을 읽을 때마다 등뼈는 구부러져 폐를 짓누르고, 목에는 구멍이 뚫렸고, 걸어다니면 여기저기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내 몸은 살아가기 위해 파괴되어 왔다. 살아가기 위해 싹트는 생명을 죽이는 것과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
P. 67
나의 뇌 속은 산소결핍증일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항상 이런 식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젊고 성실하며 과묵한 장애 여성 이자와 샤카釋華 씨로 지냈고, 그렇기 때문에 〈Buddha〉와 〈샤카紗花〉는 지금까지 상스럽고 유치한 망언을 거침없이 공개할 수 있었다. 연꽃 주위의 진흙탕처럼 질퍽한 실을 그리는, 늪에서 태어나는 말들. 하지만... 
P. 74
나를 돈으로만 보는 자에 대해서는 나도 돈을 통해서만 볼 뿐이다.
사회란 게 원래 그렇잖아.
그래서 6일 동안 점잖게 기다렸다가 나는 다나카 씨에게 말했다.
“얼마를 원해요?”
서론 없이도 커뮤니케이션은 정확히 성립되었다. 왜냐면 우리는 둘 다 약자였기 때문이다.
P. 75
“1억 5,500만 엔은 어때요?”
목을 누르고 나는 말했다.
“다나카 씨의 키만큼이에요. 1센티미터당 100만 엔. 당신의 비장애인 몸에 가격을 매긴 거예요.”
P. 90
애초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만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했다.
다나카 씨가 좀 더 사악해 주었으면 했다.
나는 미워해도 괜찮으니까.
TL이라기보다 BL 같은 대사다. 이런 소설 대사 같은 말로 실제 살아 있는 몸을 가진 남자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P. 95
그렇다. 그 연민이야말로 올바른 거리감이다.
나는 모나리자는 될 수 없다.
나는 헌치백 괴물이니까.
평범한 여자 사람처럼 아이를 임신하고 중절해 보는 게 나의 꿈입니다. - ashram21

 저자소개


이치카와 사오 (市川沙央) (지은이) 

1979년생. 와세다대학교 인간과학부 통신교육과정 인간환경과학과 졸업. 「장애인 표상과 현실사회의 상호 영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졸업논문은 오노 아즈사 기념학술상을 수상했다. 2023년 중편소설 「헌치백」으로 제128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나아가 이 작품의 제16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으로 문학계는 물론 사회적 대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선천성 근세관성 근병증의 중증 장애인으로 인공호흡기와 전동 휠체어 등에 의지하고, 집필에는 태블릿을 사용한다. 아쿠타가와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전자책과 오디오북 추가 보급 등 ‘독서 배리어 프리’를 호소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편한 일로서 20대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지난 20여 년 동안 해마다 각 문학상에 SF, 판타지 등의 장르소설과 라이트노벨을 응모해 왔다. 절박한 심정으로 집필한 첫 비장르소설이 「헌치백」이었다. 존경하는 작가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일본문학 대표 작가 시마다 마사히코, 라이트노벨 작가 와카기 미오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