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통을 말하지 않는법 책소개 책추천 북리뷰 서평 독후감 알쓸신

짭잡 2023. 12. 21. 00:24

 

 책소개


"타인의 고통은 영원히 알 수 없다"
인간은 세상을 이야기로 이해한다. 인간의 스토리텔링 본성에 대해 분석한 학자 조너선 갓셜은 "인간의 마음이 이야기의 공백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과 삶마저도 모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공백없는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그가 처한 상황과 마음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일까?

저자 마리아 투마킨은 고통스러운 사건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이들과 대화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살 생존자, 마약 중독자, 나치 집단 수용소 생존자, 홈리스, 가정 폭력 피해자... 이들의 실제 상황은 모두 이들을 향한 통념과 다르다. 책이 진행되는 동안 통념을 배반하는 고유한 서사, 혹은 실상을 배반하는 통념의 사례가 반복해서 쌓인다.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한 가지의 진실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독창성은 이 진실을 이론으로 설명하거나 설명으로 설득하지 않고 말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에서 나온다. 에피소드들은 친절하게 나열되지 않고 뒤죽박죽 섞여 있으며 투박하고 낯선 방식으로 서술된다.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는 일의 난망함을 글의 구조로 표현했다. 손쉬운 해석을 거칠게 거부하는 책, 그렇다면 우리는 읽기를 포기해야 할까? 투마킨이 말하는 불가능엔 체념이 뒤따르지 않는다. 영원한 실패가 약속된 도전을 기어코 시도하는 것, 연대의 조건이다.

 

 발췌문

 

  • P. 212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 P. 90슬픔을 비롯한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아니, 슬픔은 아니다. 슬픔에는 한계가 없다.
  • P. 721주일에 한 번씩 청소부가 왔다. 그럴 때마다 프랜시스의 엄마는 케이티의 사진을 전부 감추었고, 그 애가 부재한다는 모든 흔적을 없애 버렸다. 저 방은 건드리지 마세요. 엄마는 청소부에게 말하곤 했다. 우리 막내도 자기 혼자 청소하는 법을 배워야 하거든요.
    사랑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엄마는 이 집에서 누군가가 죽었다는 걸 청소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라고 했지만, 매주 세 시간 동안 케이티가 여전히 살아 있는 척할 수 있어서 그랬다는 거 알아요. (「어머니에게 보내는 고백」, 3학년 문예 창작 과제 )

    조앤 디디온은 죽은 남편의 구두를 처분할 수 없었는데, 언젠가 돌아올 남편이 그걸 신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행성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도 죽은 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접기
  • P. 212한 인간에 관한 사실들은 대개 타인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그중 대부분은 애초에 타인들이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무시하면 사람들은 상징의 집합체로 변해 버린다. 우리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만 골라 담은 물통으로, 일종의 도구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타인을 온전한 인간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그의 어떤 점이 우리와 다른지 알아차리는 것이며, 또한 그 다른 점을 굳이 비틀어 숭고함에 가까운 무언가로 왜곡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선한 동시에 악하다. 가난, 방치, 학대, 불이익 같은 그들의 과거가 마법의 가루처럼 그들을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 도덕적 면죄부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 불운을 겪었다는 점 때문에 그들의 도덕성을 실제보다 고결하게 평가하고, 그럴 때만 (같은 인간으로서) 분노할 수 있다면…… 글쎄, 그건 정말이지 슬픈 일이다.  접기
  • P. 36~37그리스인들에게 연민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그 말이 우리에게 종종 그러하듯 우월감이라는 함의를 품고 있지 않았다. 연민이란 슬퍼하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우리 인간이 불운 앞에서 드러낼 수밖에 없는 취약함을 일종의 경이로움으로 받아들일 때마다 드러나는 마음.
  • P. 342~343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중에 「자기 절단」이라는 작품이 있다. 자기 절단이란 동물이 자기방어를 위해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으로, 이 시에서 해삼이 하는 행동과 같다.

    위험에 처한 해삼은 자기 몸을 둘로 자른다
    하나의 자아를 배고픈 세계에 버려 두고
    다른 자아와 함께 도망친다

    한쪽 ... 더보기
  • P. 212한 인간에 관한 사실들은 대개 타인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그중 대부분은 애초에 타인들이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무시하면 사람들은 상징의 집합체로 변해 버린다. 우리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만 골라 담은 물통으로, 일종의 도구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 [1] “인간의 삶을 이렇게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의 전성기에는 샐러드의 나날들이 있고, 삶의 끝에는 캐서롤의 나날들이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떠나면서 뒤에 남겨 둔 이들에게는 캐서롤 이후의 영원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22) - 초란공
  • [2]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싶은 것은, 자살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다시 유행하고 있는 이런 태도가, 이런 두려움의 부재가, 너무도 새로워서 금방 칠한 페인트 냄새가 날 지경이라는 것이다.˝(62) - 초란공
  • [3] ˝조앤 디디온은 말한다. ‘애도는 사실 하나의 장소다. 우리 중 누구도 거게 도착할 때까지는 알지 못하는 장소.’˝(73) - 초란공
  • [4] “멜라니는 자신의 책 서문에서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썼다. ’우울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하나의 언어다.‘”(80) - 초란공

 

 

 저자소개

마리아 투마킨 (Maria Tumarkin) (지은이) 

소련 하르키우(현재는 우크라이나에 속함) 출생. 10대이던 1989년에 가족이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했다. 멜버른대학에서 문화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양한 사회 문제와 인간 내면의 수수께끼 같은 측면을 함께 탐구하며, 그 과정을 독특한 산문으로 풀어내면서 주목받았다. 2005년 『트라우마 광경Traumascape』을 출간한 후 지금까지 총 네 권의 책을 비롯해 다양한 집필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2018년 출간한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이 전미 비평가 협회상 비평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최근작 :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 총 7종 (모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