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리의 일곱 개의 달 도서의 책소개
2022년 부커상 수상작. 1990년 스리랑카 콜롬보, 자신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파헤치는 사진작가와 억울한 유령들이 펼치는 ‘이상한’ 이야기를 담은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영국의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수많은 스리랑카의 목소리들이 그랬듯 조용히 묻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영미권 주요 언론이 이 책을 ‘2022년 읽어야 할 가장 중요한 소설’로 꼽으며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것. 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주요 언어권에서 순차적으로 번역 출판 계약된 이 책은 부커상 수상과 함께 더욱 유명해질 준비를 마친 상태다. 25년 넘게 이어진 내전과 독재로 얼룩진 스리랑카의 어둠이, 목소리를 빼앗긴 채 사라진 억울한 유령들의 외침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한 한국어판 《말리의 일곱 개의 달》에는 작가 셰한 카루나틸라카가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이 특별 수록되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선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 그러나 외세의 침략과 내전, 독재를 두루 겪어내야 했던 두 나라에 대한 작가의 역사 인식을 읽을 수 있고, 그럼에도 끝끝내 품을 수밖에 없는 아픈 희망도 엿볼 수 있다.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의 저자소개
셰한 카루나틸라카 (Shehan Karunatilaka)
1975년 스리랑카 항구도시 골(Galle)에서 태어나 수도 콜롬보에서 자랐다. 뉴질랜드의 매시대학교에 진학해 가족의 바람과는 다르게 영문학을 전공했고, 영국, 네덜란드, 호주, 싱가포르에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며 《가디언》, 《뉴스위크》 등에 글을 실었다. 2010년 크리켓을 소재로 스리랑카 내전을 풍자한 소설 《차이나맨: 프라딥 매튜의 전설》로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커먼웰스 문학상, 그라티 앤 문학상, DSC남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스리랑카의 어둡고 혼란한 정치 상황을 다룬 소설 《악마의 춤》(2015) 원고로 그라티앤 문학상 후보에 오르지만 파기하고, 대신 등장인물 중 저널리스트 유령을 주인공으로 《죽은 자들과의 잡담》(2020)을 완성해 인도 아대륙 지역에 선보였다. 작가는 영미권 국가에서 출간을 희망했으나 좀처럼 마땅한 출판사와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영국의 독립출판사인 소트오브북스가 새로운 편집 방향을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여 2022년 《말리의 일곱 개의 달》로 출간되었다. 스리랑카 현대사의 가장 암울한 시기를 다룬 소설은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대담한 발상, 블랙 유머와 냉소가 가득하지만 결국 사랑을 이야기하는 뭉클한 메시지로 독자와 평단을 사로잡았다.
말리의 일곱 개의 달 속의 발췌문
P. 20
네게 명함이 있다면,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말리 알메이다
사진작가, 도박꾼, 걸레.
묘비가 있다면,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말린다 앨버트 카발라나
1955-1990
하지만 네게는 둘 다 없다. 이 도박판에 더 걸 칩도 없다. 그리고 이제 너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다. 죽음 뒤에 삶이 있는가? 그것은 어떠한가?
P. 33
“성함 압니다, 말리 선생님.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 절대 빛으로 가지 마시고.”
너는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 통로로 향한다. 이번에는 내려간다. 화난 라니 박사의 가성과, 모세와 근육질 히맨의 우렁찬 바리톤 고함이 메아리로 멀어진다.
“사후조차 대중의 어리석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소...
P. 69
그러나 도박쟁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신이 없는 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살인자는 주사위 놀음이다. 다른 아무것도 아닌, 그저 정글 같은 불운. 우리 모두에게 닥치는 그것.
카메라가 진흙으로 가득 찬다. 너는 카메라를 마구 흔들어보고 목에 걸려 있는 것들을 당겨본다. 다시 니콘을 얼굴에 갖다 대니 이제 갈색이 아니다. 깨진 유리와 번진 색깔이 보인다. 킬리노치치 폭격 직후 죽은 사람들이 보인다. 다친 개, 피 흘리는 남자, 어머니와 아이가 보인다. 너는 허물어진 건물 꼭대기에서 이 사진들을 찍었다.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 배에 난 구멍이 차츰 커져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오는 것 같다. 네가 상자에 보관한 사진 중 가장 잔혹한 장면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네겐 가장 슬프다.
P. 218
라니 박사의 음성이 검은 상념을 뚫고 들어온다. “네 영혼은 손상당했다고 하는구나. 중간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봐요, 아줌마. 정말 감사합니다만.”
“난 네 아줌마가 아니야. 여기 계속 있으면, 넌 먹힐 거다.”
“누구한테?”
“세나 동무는 마하칼리를 위해 일하고 있어. 그는 자신이 이용당한 그대로 널 이용하고 있다. 중간계에는 절망에서 힘을 빨아들이는 식시귀와 악마가 가득해. 빼앗기면 안 된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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