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인류의 역사는 ‘신’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신 안에서 안식을 얻기 전까지 모든 영혼은 불안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이나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사르트르의 선언은 인간의 삶에서 신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은 고통스러운 삶 한가운데서 위안과 위로를 주는 존재였고, 억압적 관념에 인간을 묶어놓고 자유와 해방을 가로막는 존재이기도 했다. 인간의 정신은 왜 신에게로 향하는 걸까? 기원전 2000년경부터 현재까지 4천 년간 수많은 문명과 나라가 소멸하고 태어나는 격렬한 역사의 진동 속에서 신의 의미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세계적인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의 대표작 《신의 역사》는 출간 이후 30년 동안 종교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군림해 온 명실상부한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암스트롱은 이 책에서 세 유일신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초점을 맞춰 인간이 ‘신’을 어떻게 사유하고 상상해 왔는지 탐구한다. “인간은 왜 신을 찾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고대 바빌로니아의 창조 신화에서부터 19세기 포이어바흐, 니체, 프로이트의 ‘무신론’에 이르기까지 인류사를 뒤흔든 신에 관한 모든 혁명적인 사유를 조명한다.
발췌문
P. 24~25
이 책은 시대와 변화를 초월해 존재하는 형언할 수 없는 신의 실재 그 자체의 역사가 아니다. 아브라함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신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가의 역사이다. 인간의 신 개념은 역사가 있다. 다양한 시점에서 그 개념을 사용한 각 집단 사람들에게 항상 조금씩 다른 의미였기 때문이다. …… ‘신’이라는 말에는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개념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모순되고 심지어 상충하기까지 하는 의미들이 총체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유연성이 없었더라면 신이라는 관념은 결코 인간의 위대한 생각 중 하나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_ 머리말
P. 128~129
늘 그렇듯 새로운 신학이 성공하는 이유는 합리적으로 증명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절망에 빠지는 것을 막고 희망을 고취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낯선 땅으로 추방당해 혼란에 빠져버린 유대인들은 야훼 숭배의 단절성을 더는 이질적이고 불편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처한 상황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이었다. _ 2장 유일신의 탄생
P. 302
인격체인 신 그리고 인류 역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신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신’을 터무니없는 폭군이나 심판자로 만들거나 인간의 기대를 충족하는 존재로 만들기란 너무도 쉬운 일이다. 우리는 각자 개인적인 견해에 따라 ‘신’을 토리당원이나 사회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혁명가로 만들 수 있다. _ 5장 이슬람의 신
P. 376
인격신은 심각한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인격신이 그저 우리 자신을 형상화한 우상, 곧 인간의 한정된 욕구와 두려움과 욕망의 투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우리가 미워하는 것을 미워하며, 편견을 부정하기보다 용인한다고 추정하곤 한다. 신이 재앙을 막지 못하거나 오히려 비극을 바라는 것처럼 보일 때, 신은 냉혹하고 잔인하게 보일 수 있다. 재난이 신의 뜻이라는 손쉬운 믿음은 근본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까지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다. _ 7장 신비주의자의 신
P. 190
선한 신이 어떻게 이처럼 명백하게 악과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을 창조했을 수 있는가? 또한 마르키온은 정의를 행한다는 열정으로 민족 전체를 살육하는 잔인하고 광포한 신이 등장하는 유대교 경전을 읽으며 경악했다. 이 유대인의 신, 곧 “전쟁을 즐기고, 태도가 일관되지 않고, 자가당착적인” 신이야말로 이 악한 세상을 만든 신이라고 마르키온은 결론지었다. _ 3장 이방인을 위한 빛 접기
P. 236
아우구스티누스의 후기 저작에도 깊은 슬픔이 가득했다. 로마 제국의 몰락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에 관한 교리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그의 원죄 교리는 이후 서구인의 세계관에서 핵심이 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이 아담의 죄 때문에 모든 인류에게 영원한 저주를 내렸다고 믿었다. _ 4장 기독교의 신
P. 222
종교 경전에는 문자 그대로의 뜻 외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영적 의미가 담겨 있다. …… 실재를 인간의 언어로 묘사하려는 시도는 마치 베토벤의 후기 현악 사중주 가운데 한 곡을 구두로 설명하려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일이다. [카파도키아의 교부인 카이사레아의 주교] 바실리우스가 말했듯이, 규정하기 어려운 종교적 실재는 오직 전례의 상징적 표현 혹은 (그보다 적절한) 침묵에 의해 제시될 수 있을 뿐이다. _ 4장 기독교의 신
P. 362
동방 기독교인들은 합리주의를 불신하게 되었는데, 개념과 논리를 초월하는 신에 관한 논의의 도구로 합리주의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은 세속 학문에는 유용할지 몰라도 신앙을 위태롭게 할 수 있었다. 철학은 인간 정신을 대변하는 한낱 장광설에 불과하며, 오로지 종교적 신비 체험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신에 대해 그저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_ 6장 철학자의 신
P. 295
기독교에서 예수의 실패와 굴욕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이슬람교에서는 성공이 그런 역할을 했다. 세속적인 성공을 불신하는 기독교의 경우와 달리, 무슬림 개인의 종교적 삶은 정치와 무관하지 않았다. 무슬림은 자신들이 신의 뜻에 따라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헌신한다고 생각한다. 무슬림의 영성에서 움마의 정치적 건전성이 차지하는 위상은, 기독교인의 삶에서 특정한 신학적 선택지(가톨릭, 프로테스탄트, 감리교, 침례교)의 위상과 거의 같다. 만일 기독교인이 무슬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이상하게 여긴다면, 난해한 신학적 논쟁에 대한 자신들의 열정이 유대인이나 무슬림에게 똑같이 이상하게 보인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_ 5장 이슬람의 신
P. 627
서구에서 기독교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 그리스도에 근거해 고통과 수난의 의미를 밝혀주는 종교였으나, 이슬람은 성공 지향적 종교였다. 쿠란은 정의, 평등, 부의 공정한 분배 같은 신의 뜻에 따라 사는 자들은 실패할 수 없다고 가르쳤고, 이슬람의 역사는 이 가르침을 실제로 입증하는 것 같았다. 예수와 달리 무함마드는 패배자가 아니라 눈부신 성공을 거둔 사람이었다. 그의 업적은 7세기와 8세기에 이슬람 제국이 경이로운 발전을 이루며 더 강화되었다. 이 성공은 자연스럽게 신에 대한 무슬림의 믿음을 보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_ 10장 신의 죽음
저자소개
카렌 암스트롱 (Karen Armstrong) (지은이)
영국의 종교학자. 1944년 잉글랜드 우스터셔에서 태어났다. 1962년 열일곱 살에 로마가톨릭 교회 수녀원에 들어갔다 7년 만에 환속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런던대학에서 현대 문학을 강의했다. 종교학자로 삶의 방향을 정한 이후에는 런던의 랍비대학인 레오백칼리지에서 기독교를 가르쳤고, 《신의 역사》 《축의 시대》 《신의 전쟁》 《붓다》 《이슬람》 같은 논쟁적 저작을 발표해 왔다. 특히 기원전 2000년경 아브라함의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간 정신이 ‘신’을 탐구해 온 궤적을 추적하는 걸작 《신의 역사》를 발표하며 세계적인 종교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했다.
2008년에 종교 간 화해와 평화를 위해 활동해 온 공로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자유 메달’을 수상했으며, 개개인의 동정심 회복을 위한 전 세계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테드(TED) 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문화 간 이해를 증진하는 데 공헌한 바를 인정받아 ‘나예프 알-로드한 세계문화이해 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2015년에는 ‘대영제국훈장’을, 2017년에는 에스파냐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투리아스 공주 상’(사회과학 부문)을 받았다. 암스트롱의 저작은 지금까지 전 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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