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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알쓸신잡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by 짭잡 2023. 10. 12.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도서의 책소개

나와 다른 타인들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이들의 뜨거운 움직임을 그려온 작가 임솔아의 두번째 장편소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가 출간되었다. 한 가출 청소년이 겪어낸 가장 냉혹하고 잔인한 성장의 경로를 가감 없이 따라가는 첫 장편 『최선의 삶』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긴 이야기이다.『최선의 삶』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십대 시절의 악몽을 맹렬히 복기하던 임솔아의 인물들은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에 이르러 각자의 내밀한 상처를 통과해 슬픔 이후에 마련된 삶을 살아나가는 법을 터득한다.소설은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네 여자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좇아나간다. 각자의 이유로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여겨지던 그들은 원하는 무리에 속하기 위해, 소중한 존재와 함께 있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버려본 적이 있다. 자신을 잃는 방식으로만 맺을 수 있는 관계는 필연적으로 깨어진다는 것을, 그들은 각양각색의 절절한 이별을 겪으며 몸소 체험한다.소설 속 인물들이 애인에게, 친구에게, 부모에게,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느끼는 애틋하고 먹먹한 감정을 임솔아는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하게 묘파한다. 그 결과 이 소설에서는 얼음처럼 차가운 이별의 순간마저도 보이지 않는 격정들로 달궈진 듯 홧홧하게 감지된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의 저자소개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장편소설 『최선의 삶』, 중편소설 『짐승처럼』,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이 있다.
수상 : 2022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20년 문지문학상, 2017년 신동엽문학상,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최근작 :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짐승처럼>,<제법 엄숙한 얼굴> … 총 44종

임솔아(지은이)의 말
내가 가장 모르는 인물이 가장 마지막 인물이 되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서야 나는 정수가 어째서 그토록 희미했는지, 어째서 정수가 이 소설의 마지막 인물이어야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내 소설이 내가 잘 알 수 없는 데까지 나를 데리고 왔다는 게 기뻤다.
소설을 쓰는 동안 몸무게가 줄었다. 몇 달 동안 크게 아프기도 했다. 몸이 혹사되는 나날 속에서 나는 이 고생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이전에도 소설을 쓸 때마다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고통이 이만큼이나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소설 쓰는 일을 작가들이 왜 즐겁다 말하는 것인지 이제야 나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책속의 발췌문

P. 9
사다리를 잡고 물속으로 걸어내려간다. 한 발씩 디딜 때마다 몸이 물에 잠겨간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이제는 그게 두렵지 않다. 오히려 더 자유롭다.
P. 44~45
석현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롤러스케이트가 드르륵, 드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석현은 점점 더 빨리 롤러스케이트를 탔다. 쐐―액, 쐐―액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석현은 넘어지지 않고 잘도 달렸다. 그것이 너무 기뻐서, 석현은 자꾸 웃음이 나왔다. 롤러스케이트에서 나는 소리, 드르륵, 드르륵, 쐐―액, 쐐―액, 끊어지지 않는 소리, 나중에야 석현은 그것이 전기톱 소리였다는 걸 알았다. 의료용 전기톱이 석현의 팔뼈를 잘라나가는 소리였다. 어머, 얘가 눈을 뜨고 있어요. 간호사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석현이 툭 넘어졌다. 전기톱 소리가 멈추었다.
P. 74
석현은 다정했던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렸다.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 간호사와 치료사들. 동네 이웃들. 버스와 지하철, 편의점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석현의 친구가 되었던 아이들. 다정한 관계였지만 깊이가 없었다. 지속성도 짧았다. 그래서 끝까지 다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큐베이터를 옮겨가며 살아온 것 같았다. 그들의 따뜻함을 가식이나 거짓이라 여기지는 않았다. 병실 커튼 안쪽에서 본 할아버지의 표정처럼, 지속성이 없는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었는지도 몰랐다.  
P. 107
타인을 배제하는 쾌감을 우주는 맛보았다. 그 쾌감이 우정의 기쁨으로 느껴졌다. 우주가 추출한 표본의 여자아이들이 어째서 놀이가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그룹을 만드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P. 155
사람들은 개와 함께 산책을 했다. 신이 나 있는 개를 따라가다가 우주는 뒤늦게 알아챘다. 선미가 곁에 없는데도 선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평생을 함께 다닌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챈 순간처럼 스산해졌다. 우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랬다.